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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조각들

앉은뱅이 꽃의 노래 앉은뱅이 꽃의 노래 / 이정우 이 저녁 시간에 나는 길가에 앉아 있습니다. 아침부터 해질 무렵까지 내 곁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삶의 고된 길을 당신은 다른 이들보다 아주 늦게, 혼자서 초라하게 지나갑니다. 나는 그걸 보며 눈물을 글썽거립니다. 저 들판에서 노을진 하늘가로 길 잃은 바람이 불어.. 더보기
차 한 잔 차 한 잔 -이정우 하느님, 차 나 한 잔 합시다. 한밤중에 깨어나서 잠 도 더 오지 않고, 글쓰기도 안되고. 저 혼자 차 를 끓여 마시려니 자꾸만 심심해집니다. 하느님, 여기 제 방에 오셔서 차 나 한 잔 같이 합시다. <출처> 앉은뱅이 꽃의 노래, 이정우, 문학수첩, 88쪽 Kyrie / Quimantu| 더보기
겨울은 끝나지 않았지만... 겨울은 끝나지 않았지만... / 도종환 당신은 본래 흙이었는지 모릅니다 당신은 본래 땅이었는지 모릅니다 기껏 당신에게 눈 발 같은 차가움으로 나 내려앉고 당신과 나의 짧은 사랑에게 겨울이 길어 아픔으로 당신에게 떨어지는 내 모든 것 을 내리면 녹이고 내리면 받아 녹이던 당신은 애초부터 흙이.. 더보기
어떤날 어떤 날 -도종환-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 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도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 더보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 더보기
나의 `슬픔`은 ...박노해 나는 순수한가 박노해 찬 새벽 고요한 묵상의 시간 나직이 내 마음 살피니 나의 분노는 순수한가 나의 열정은 은은한가 나의 슬픔은 깨끗한가 나의 기쁨은 떳떳한가 오 나의 강함은 참된 강함인가 우주의 고른 숨 소스라쳐 이슬 떨며 나팔꽃 피어나는 소리 어둠의 껍질 깨고 동 터 오는 소리 더보기
축복 / 피천득 축 복 / 피천득 나무가 강가에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 일까요 나무가 되어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 일까요 새들이 하늘을 날으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 일까요 새들이 되어 나란히 날으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 일까요 더보기
누구든 떠나갈 때는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