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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조각들

어느 날 샹송에서 안개를 만나다

                    어느 날 샹송에서 안개를 만나다 / 오인태


      

‘누가 할머니를 교살했는가’

 

어느 날 미셀 폴라네프의 샹송에서

까마득히 잊었던 한 도시를 만나다

그 도시의 안개 속에 두고 온

한 사람의 이십대를 만나다


지독한 안개, 그 속에서

사람들은 칼에 찔리고 총에 맞아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지독한 안개, 그 속에서

남은 이들은 그 해 그 도시에서

벌어진 일들을 고개 저어 잊으려 했다

 

그리하여, 까마득히 잊혀져간 일이었다

모두가 안개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또 안개 같은

세월이 한참 동안 흐르고,

 

어느 날 이 이국 가수의 샹송에서

 

까마득히 잊었던

안개 같은 한 도시를 만나다

그 도시의 안개 속에 두고 온

한 사람의 이십대를 만나다

지독한 안개,

 

누가 이 사람의 이십대를 교살했는가

 

 

 

 Qui A Tue Grand-Maman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

                                 / Michel Polnare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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