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 사이 /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녘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즈음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들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 하겠습니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데서 살았습니다
♬ only Yesterday - Isla Gra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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