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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노래

가을엔

가을엔


이해인 시

박문옥 곡.노래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오는

사랑한단 말을 속삭이며

흘러가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고 싶어요

별빛을 가득 등에 엎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아 ~ 가을엔 가을엔


박문옥 - 운주사 와불곁에 누워 - 02. 가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