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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조각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인사 한마디 못하고 헤어진 옛사랑이 생각나거든
책상에 앉아 마른 걸레로 윤이 나게 책상을 닦아내고
부치치 않아도 괜찮을 그런 편지를 쓴다면 좋겠습니다.

그때 미안했다고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과 사랑받던 기억은 남아있다고
나쁜 기억과 슬픈 기억도 다 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나쁜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다만 사랑했던 일과
서로를 아껴주던 시간은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남아서
함께 바라보던 별들과 함께 앉아 있던 벤치와
함께 찾아갔던 산사의 새벽처럼 가끔씩 쓸쓸한 밤에는
아무도 몰래 혼자 꺼내보며 슬며시 미소짓고 있다고.

그러니 오래오래 행복하고 평안하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