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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조각들

먼 곳에의 그리움 [fernweh] / 전혜린


먼 곳에의 그리움 

전혜린



그것이 헛된 일임을 안다 .

그러나
동경과 기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무너져 버린 뒤에도
그리움은 슬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한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 달라고...


어떤 엄청난 일,
무시무시하도록 나를 압도 시키는 일,
매혹하는 일.


한마디로 나는
'기적'이 일어날 것을 나는 기대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모험 끝에는 허망이,
여행 끝에는 피곤만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안다.


그리움과 먼 곳으로
훌훌 떠나 버리고 싶은 갈망.


바하만의 시구처럼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아무 곳이나 떠나고 싶은 것이다.


먼 곳에의 그리움{Fernweh}!

모르는 얼굴과
마음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이고 싶은 마음 !


텅 빈 위(胃)와 향수를 안고
돌로 포장된 음습한 길을 거닐고 싶은 욕망.


아무튼
낯익은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모르는 곳에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나에게는 있다.

 

Jeg Ser Deg Sote Lam (당신곁에 소중한 사람) / Susanne Lund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