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바라봄.. 마음에 담음.. 샘솟는 기쁨.. / 이외수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 슬프게도
- 사랑은
- 자주 흔들린다.
-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 하루에 한번씩 바다는 저물고
- 노래도 상처도
- 무채색으로
- 흐리게 지워진다.
- 나는
- 시린 무릎을 감싸안으며
- 나즈막히
- 그대 이름 부른다.
- 살아간다는 것은
- 오늘도
-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 이제야 마음을 다 비운 줄 알았더니
- 수양버들 머리 풀고 달려오는 초여름
- 아직도 초록색 피 한 방울로 남아 있는
- 그대 이름...
- 그대는 오지 않았다...
- 사랑이 깊을수록 상처도 깊어
- 그리움 짙푸른 여름 한나절
- 눈부시게 표백되는 시간을 가로질러
-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음악으로
- 멀어지는 강물소리...
- 허송세월
- 발목 잡는
- 세속에 등 돌리고 세필에 맑은 먹물
- 가느다란 선 하나로 산을 그렸다.
- 이런 날 그대는
- 어찌 지내시는가..
-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 내가 그린 산에는
- 새하얀 눈이 내리고
- 거기 발자국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
- 해는 이마를 지우며
- 어느새 등성이를 넘고 있다.
- 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에는
- 가난에 사랑도 박탈당하고
- 역마살로 한 세상 떠돌았지요.
- 걸음마다 그리운 이름들이 떠올라서
- 하늘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젖었지요.
-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
- 그래도 이제는 알 수 있지요.
- 그리운 이름들은 모두 구름 걸린 언덕에서
- 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갑니다.
- 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
그대 이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
The Saddest Thing /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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