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포크의 씨앗을 뿌린 선구자들 중 탁월한 여성 한 분 방의경입니다.
포크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도 방의경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방의경을 모르시는 분들도 이 노래는 알 겁니다.
바로 양희은이 부른 '아름다운 것들'이란 노래죠.
'엄마 잃고 다리도 없는 가엾은 작은 새는 ... 무엇이 이 숲 속에서 음 이들을 데려갈까'
원곡인 Mary Hamilton보다 훨씬 우리 정서에 더 와 닿는 아름다운 가사 그것이 바로 방의경이 쓴 가사입니다.
그리고 '얘야 네가 가서 친구해주렴 저 하양 나비는 ...' 하는 김세화의 '나비야(하양나비)'도
방의경이 작사 작곡한 것입니다.
방의경은 아마 우리나라 여성 싱어송 라이터의 효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전까지 여성가수들 중에 자신이 직접 작사와 작곡까지 해서 전곡 앨범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죠.
물론 최양숙 씨처럼 몇 곡 작곡을 해서 부른 분도 있지만
본격적인 여성 싱어송 라이터라면 역시 방의경이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방의경의 노래는 전체적인 흐름이 허무주의적인 색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의경의 노래를 감상하다 보면 왠지 시인 윤동주가 생각이 납니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하는
바로 그 싯귀절이 방의경의 음악세계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으니까요.
양희은은 방의경을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던 선배가수라고 말합니다.
가난했던 양희은을 따뜻하게 배려했던 부잣집 언니 방의경은 자신의 부유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늘 그렇게 가난하고 약한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노래 속에는 바로 그런 생명에 대한 연민과 주변을 아우르는 따뜻한 사랑이 항상 배여 있고
때로는 그것이 역설적으로 강인한 의지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암환자가 '불나무'를 듣고 생명의 의지를 불태우고 다시 건강한 삶을 찾았다는 글을 본적도 있는데
그것도 다 그녀의 노래 속에 배인 사랑의 마음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는 방의경의 '불나무'라는 노래를 참 좋아했지만 항상 그 가사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떤 분은 방의경의 '불나무'를 그 시대의 모순을 향하여 푸르게 깨어있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 분도 있던데 글세 그렇게까지 해석하지는 않더라도
(아마 당시 PD들은 그런 생각으로 이 음악을 틀었겠죠) 역설적으로 '생명에 대한 의지'라고 생각할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노래는 우리들 곁에 항상 허무와 죽음이라는 존재가 자리잡고 있음을 인식시켜 주고 있지만 사람들의 서로를 위한 따뜻한 마음을 갈구하고 그 허무와 죽음을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극복해보려는 의지를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70년대를 아름답게 장식해줬던 가수 방의경은 아쉽게도
알게 모르게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던 정부 때문에 그만
한대수처럼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말았으니 우리로서는 참 아쉬운 일이죠...***
불나무
방의경 작사 작곡 노래
산꼭대기 세워진 이 불나무를
밤바람이 찾아와 앗아가려고
타지도 못한 덩어리를 덮어 버리네
오 그대는 아는가 불꽃송이여
무엇이 네게 주검을 데려와 주는가를
덩그마니 꺼져버린 불마음 위에
밤별들이 찾아와 말을 건네어도
대답대신 울음만이 터져 버리네
오 그대는 아는가 불꽃송이여
무엇이 네게 주검을 데려와 주는가를
산아래 마을에도 어둠은 찾아가고
나 돌아갈 산길에도 어둠은 덮히어
들리는 소리 따라서 나 돌아가려네
오 그대는 아는가 불꽃송이여
무엇이 네게 주검을 데려와 주는가를
**추억의포크산책 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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