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가요제에 나왔던 옛날 노래들을 참 좋아합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그러시겠죠.
요즘 대학가요제 말고 MBC 대학 가요제 1회와 2회 때 나온 노래들 말이에요. 그 이후론
서울의 소위 일류대학이라고 하는 대학에서는 참가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인지 좀 별로 인 것 같습니다.
뭐 학교를 차별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상업적인 목적없이 의식을 가지고 음악을 하던 학생들이 참여를 안해서 그런 게 아닌가 압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 나라 최초의 대학가요제가 언제 열렸는지 아세요? 78년 MBC 제 1회 대학가요제가 아니냐구요? 해변가요제? 무슨 강변가요제? 아뇨, 그렇다면 제가 물어보지를 않았겠죠.
정답은 1972년입니다. 1972년 6월 수원 시민회관에서 우리나라 초창기 대학생 포크 싱어송 라이터들이 한데
모여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이라는 행사를 가졌었는데 저는 아마 그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가요제였고 진정한 대학가요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아 저희들이 모르는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는 모르죠).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나라 포크는 70년대 초 대학생들의 자생적인 활동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그렇게 포크를 만들어 부르고 하던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 만든 노래를 발표하고 그것을 음반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물론 전혀 상업적인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고 MBC 대학가요제처럼 등수를 매기고 심사를 하지도 않았던 대학생들의 자체행사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이라는 음반을 음악전문가들은 <우리들> 음반이라고 하더군요.
그럼 그때 어떤 사람들이 참가해서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참가번호 1번 ..... 이화여대 대표
(물론 그때 이런 식으로 진행되진 않았을 테고 순서도 제 임의로 그냥 언급하는 것입니다)
누구일까요? 바로 일전에 제가 말씀드렸던 <방의경>입니다.
노래 곡목은 <불나무>
참가번호 2번 ... 서울대 대표
역시 일전에 소개드렸던 <김광희>입니다.
노래 곡목은 <나 돌아가리라>
참가번호 3번 ... 홍익대 대표 ... 고경훈
곡목은 <밀밭>입니다.
참가번호 4번 ... 서울대 대표 ...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 나옵니다.
바로 <양병집> 입니다. 곡목은 나중에 서유석과 이연실이 불렀던 <타박네>입니다.
양병집은 이연실이 잘 부르는 <소낙비>나 김광석이 부른 <역(두바퀴로 가는 자동차)> 등 주로 미국 포크가수 밥 딜런의 노래를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번안해서 우리말로 새로 만들었던 포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죠. 양병집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언급하기로 하고 ...
참가번호 5번 ... 홍익대 대표 ... 박두영
곡목은 <기다리는 사람들>
마지막 참가번호 6번 ... 연세대 대표 ... 박두호
이 박두호라는 학생은 이때 무려 4곡이나 발표합니다.
<나의 기도> <강변의 노래> <꿈을 따라> 그리고 ...
김태곤이 불러서 히트를 했던 그 유명한 <아야 우지마라>
이렇게 4곡이나 말입니다. 이 당시 이 행사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 같은데 아쉽게도 저로서는 이 분에 대한 정보나 자료를 찾아볼 길이 없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6명이 합창으로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이란 노래를 합창하면서 이 가요제는 끝이 납니다.
1972년에 만든 이들의 음반을 보면 그들이 자필로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우리 인간만의 대화를 누립시다
시인이 읊는 시
화가의 한폭 그림
가수의 한곡 노래
모두가 진실한 마음의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우리도 무언가를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가수도 작곡자도 아닙니다
우리가 평소 어울려 부르던 우리의 노래 몇곡을 이번에 우선
우리의 꿈과 많은 뜻있는 분들의 도움이 합쳐져서
여러분께 들려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더욱 많은 분들이 우리와 같은 뜻으로
진실의 아름다운 노래를 지어부르고
더욱 더 많은 분들이 이 아름다운 노래를 함께 불러주시기를
- 72년 6월 우리들
이 <우리들>음반은 1989년 4월에 다시 복각판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때는 이미 포크송이 젊은이들과는 거리가 있었고 저희 세대들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때라 그런지 별로 알려진 것 같지는 않더군요. (하긴 저도 먹고 살기 바빠서 몰랐어요.)
그 당시 그 순수한 대학생들의 풋풋한 목소리들!
참 듣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아야! 우지마라
작사 박두호 / 작곡 박두호 / 노래 박두호
아야 우지마라 하얀 저 별도
날이 새면은 떨어지는 것을
아야 우지마라 붉은 저 꽃도
비가 오면은 떨어지는 것을
별을 헤면서 해를 따라서
강을 건너고 산을 넘으면
뜰엔 노란 메꽃 둥근 모닥불이
우릴 반기며 피고 있겠지
아야 눈을 떠라 뽀얀 안개속에
작은 꽃섬이 저기 보이쟎니
아야 눈을 떠라 물새 소리맑은
파란 강물이 저기 보이쟎니
별을 헤면서 해를 따라서
강을 건너고 산을 넘으면
뜰엔 노란 메꽃 둥근 모닥불이
우릴 반기며 피고 있겠지
아야 어서가자 검은 구름개고
파도 잠자니 돛을 올려야지
아야 어서가자 아기 그림같은
꿈의 항구가 지기 보이쟎니
별을 헤면서 해를 따라서
강을 건너고 산을 넘으면
뜰엔 노란 메꽃 둥근 모닥불이
우릴 반기며 피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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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포크산책 얀새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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