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돌아가리라 / 김광희
나는 돌아가리라 쓸쓸한 바닷가로
그곳에 작은 집을 짓고 돌담 쌓으며
영원한 행복이 찾아 오리라
내 가난한 마음속에 찾아 오리라
나는 돌아가리라 내 좋아하는 곳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머나먼 곳에
나 돌아 가리라
나는 돌아가리라 저 푸른 숲으로
이슬 젖은 풀 위에 누워
산허리에 달을 보면
그리운 모습들 비춰 주리라
내 까만 눈동자에 비춰 주리라
나는 돌아가리라 내 좋아하는 곳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머나먼 곳에
나 돌아 가리라
오늘은 70년대 대학문화의 하나로 시작된 포크를 처음 꽃피우게 했던 숨은 공로자 한분을 소개하기로 하죠.
바로 양희은의 명성을 한층 더 높여주었던 저 유명한 노래 <세노야>의 작곡자이자 대학생 포크가수로서 김민기의 첫 앨범 출반을 돕기도 했던 김광희 씨입니다.
우리 나라 포크는 70년대 초 대학문화 속에서 대학생들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미국포크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오늘날처럼 기획사나 방송에 의해 시작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 당시는 오늘날처럼 대학생들이 노래를 좀 해볼까하고 방송사를 기웃거리는 것이 아니라 방송국 PD들이 뭐 방송할 만한 좋은 노래가 없나하고 각 대학교 교내방송국을 기웃거렸다고 하니 오늘날과는 완전히 딴판이었죠.
그 당시 학생들은 철저하게 비상업적인 순수한 포크음악활동을 했고 그렇게 만든 곡들을 비매품 음반으로 만들어 자기들끼리 나누어 가지고 나머지는 각 대학교내방송국과 방송국으로 나누어줬다고 합니다
김광희 씨도 당시 서울대 음대생으로 그런 대학생 포크그룹의 일원이었죠. 그녀는 당시 기독교 방송국의 초청을 받고, 시인 고은의 시 '세노야'에 곡을 붙여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몇 번 불렀는데 당시 청취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고 여기저기에서 누구 노래냐는 궁금증이 일어났지만 당시 클래식을 전공했던 김광희 씨는 엄격한 집안 분위기도 있고 또 당시는 순수음악을 하는 사람이 대중음악활동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밝힐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때 샹송을 잘 불렀던 가수 최양숙(경음악 평론가 최경식의 동생)이 이 노래를 부르고 싶어했고 김광희 씨한테 그 노래를 청해서 최양숙이 처음으로 상업적인 정식 취입을 합니다. 양희은은 <세노야>를 라디오에서 듣고 그 노래가 좋아 자신도 불렀다고 하니 요즘으로 치면 저작권을 침해한 셈이죠. 허나 김광희 씨는 나중에 양희은 첫 콘서트장 무대 뒷편에 가서 양희은을 만나고 <세노야>의 작곡자임을 알게 된 양희은과 김광희는 아주 친해졌다고 합니다
또 김광희 님은 당시 많은 포크가수들의 음반 취입에 편곡이나 연주 등으로 많은 도움을 줍니다. 김민기의 첫 음반 취입을 주선한 분은 최경식 씨였지만 김광희도 김민기 취입을 열심히 돕습니다. 그래서 한때 김광희 씨가 김민기의 친누나일 것이라는 말도 나돌았지만 사실 김광희는 김민기의 친누나가 아니고 김민기의 바로 위 누나의 고교, 대학 동기동창이라고 합니다.
김광희 씨는 <세노야> 의 작곡 말고도, 양희은이나 현경과 영애가 불러 우리 귀에 너무도 친숙한 <나 돌아가리라(가난한 마음)>을 작사, 작곡한 분이기도 하고 그 노래를 직접 부르시기도 하셨습니다.
그 밖에도 양희은의 <님이 오시는날> 현경과 영애의 <나의 친구>등 많은 곡들을 작사, 작곡 하셨지만 그녀는 결국 대중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후 미국 미네소타 주립 대학원에서 작곡을 전공한 후 1978년 귀국해서 지금까지 작곡 강의와 대중가요가 아닌 현대음악 활동을 하고 계시다 합니다. 현재는 국민대와 한양대에서 강의를 하신다는군요. 그러니까 이젠 김광희 교수님이시죠.
<세노야>나 <나 돌아가리라> 두 곡은 자연으로의 회귀나 동경을 노래합니다. 미국포크의 출발도 자연으로의 회귀, 동양문화에 대한 동경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보면 이것도 그리 우연만은 아닌 것 같군요. 70년대의 암울한 시대 상황에서 당시의 젊은이들도 소란한 시대를 벗어날 수 있는 유토피아를 동경했을 테고 그런 것들이 반영되어 이 두 노래를 그렇게 애창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 추억의포크산책 얀새님 글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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