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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조각들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 신경림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폭풍이 덤벼들어 뒤집어놓기도 하고
짐승들이 들이닥쳐 오물로 흐려놓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푸르기만 하랴

산자락에 막혀 수없는 세월 제자리를 맴돌고
매몰찬 둑에 뎅겅 허리를 잘리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도도하기만 하랴

제 속에 수많은 사연과 수많은 아픔과
수많은 눈물을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이슬처럼 수정처럼 맑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니 세상에
마실 것도 주고 먹을 것도 주면서
노래도 되고 얘기도 되면서
강물이 어찌 늘 고요하기만 하랴

자잘한 노여움과 하찮은 시새움에 휘말려
싸움과 죽음까지도 때로는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넓기만 하랴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의 힘을 빌려다 마을과 들판을
눈물로 쓸어버리기도 하는 강물이

제 몸까지 내던지며 하늘과
땅을 한바탕 뒤집어놓는
강물이 어찌 늘 편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유유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도도하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고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신경림 詩 --.



Albatrosz / 젠트페터리 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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