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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조각들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나희덕  


아침의 노래가 날숨이라면
저녁의 시는 들숨입니다.

아침의 노래가 썰물이라면
저녁의 시는 밀물입니다


아침의 노래가 문을 여는 손이라면
저녁의 시는 문을 닫는 손입니다.

아침의 노래가 거미줄에 맺힌 이슬이라면
저녁의 시는 지평선에 걸린 노을입니다.

아침의 노래가 날아오르는 새들이라면
저녁의 시는 내려앉는 나비들입니다

.
아침의 노래가 무릎을 일으켜 세워준다면
저녁의 시는 등을 가만히 쓰다듬어 줍니다.

아침의 노래가 세계의 개진이라면
저녁의 시는 대지의 은폐입니다.

그러나 아침의 노래는 어느새 저녁의 시로 번져 있고
저녁의 시는 아침의 노래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수많은 아침과 저녁을 지나왔지만
아직도 아침과 저녁 사이 그의 얼굴을 알지 못합니다.

(나희덕 엮음 | 삼인 펴냄 (2008) ‘머리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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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뿌리에게’로 등단한 후 서정시의 전통을 잇는 시를 꾸준히 발표하면서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문학상을 섭렵한 시인 나희덕.

19년동안 자신의 시만을 써온 시인이 처음으로 다른 시인의 시에 자신의 해설을 붙여

                    시선집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삼인 펴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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