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한중가(閑中歌>라는 노래도 70년도와 80년도에 걸쳐 우리 세대들이 즐겨 불렀던 전래민요이자 구전포크송이었던 노래의 하나일 것입니다. 흔히 우리 민요의 정서특징을 간략히 말할 때 <흥과 한>이라고 말하죠. 그러나 웬지 우리가 젊은 시절 부르던 전래민요는 흥보다는 한의 정서가 무척 강한 듯합니다. <한중가>라는 이 노래도 일제시대 초기에 불리워진 노래여서 인지 아주 구슬프고 강한 한의 정서를 느끼게 합니다. 본래 우리 민요는 흥의 정서가 강했을 걸로 생각하는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그렇게 한의 정서가 강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아마도 이 노래를 부르면서 옛날 우리의 애국지사들은 나라잃은 슬픔을 이 노래에 실어 답답한 가슴을 달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 세대들은 또 7,80년대 암울한 시대상황속에서 이 노래를 통해 답답한 가슴을 달래었었구요. 물론 그렇게 한이 서린 포크송들이 건강한 포크송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한중가>라는 이 노래는 이연실과 서유석에 의해 <고향꿈>이라는 노래로 불려졌었는데, 가사는 각기 조금씩 다릅니다. 바람새 홈페이지에는 서유석의 <고향꿈>이 실려있고 이연실 작사, 작곡으로 쓰여져 있으며, 많은 이연실 팬 여러분들도 그렇게 알고 계신데 그것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이 노래는 일제시대 우리 구전민요였고 이 노래가 발표되기 전에도 대학가에서는 이미 <한중가>라는 이름으로 많은 학생들이 불렀기 때문에 이연실 씨가 개사를 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작사, 작곡을 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음반자켓에는 그렇게 쓰여있지만요). 이연실 씨는 80년대 초 당시 대학가에서 구전으로 많이 불리던 노래들을 많이 취입했더군요. 광복군들이 즐겨불렀던 러시아 민요<스텐카라친>, <타박네>, 그리고 <고향꿈(한중가>까지요. 그전에는 1930년대 이원수 원작시로 구전가요로 불리던 <찔레꽃>을 부르기도 했었구요.
그럼 저나 여러분들이 젊은 시절 괜시리 처량한 심정으로 불렀던 구구절절이 한이 서린 그 <한중가>의 가사와 이연실, 서유석이 부른 고향꿈의 가사를 아래에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새삼 옛추억을 떠올리면서 한번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1. 한중가(閑中歌) : 일제초기 구전민요
동창이 밝았느냐 고향생각에
어언간 깊이 든잠 놀라깨었소
사방을 두루두루 두루 살펴도
꿈에 본 고향산천 간곳이 없네
우리 아빠 무덤가에 핀 담배꽃
그 꽃 한줌 꺾어다가 말아피웠소
또 한줌 꺾으려다 눈물이 났소
너울너울 담배연기 간 곳이 없네
우리 할매 무덤가에 핀 진달래
그 꽃 한줌 꺽어다가 술을 빚었소
할배야 이리 와서 한잔 받으소
해롱해롱 진달래주 취해나보소
우리 엄마 무덤가에 핀 목화꽃
그 꽃 한줌 꺽어다가 이불 지었소
누나야 시집갈 때 지고 나가소
아롱다롱 목화이불 지고 나가소
우리 님 무덤가에 우는 두견새
피빛보다 붉은 울음 토해내었소
간밤에 잠 못자고 뒤척거림은
우리 님 보려고 그랬나보오
우리 님 보려고 그랬나보오
2. 고향꿈(이연실 노래) : 일제초기 구전민요 / 이연실 개사(?)
동산에 달이 밝아 창에 비치니
어언간 깊이 든 잠 놀라 깨었네
사방을 두루두루 두루 살피니
꿈에 보던 고향산천 간 곳이 없소
우리 아빠 무덤가 핀 담배꽃
그 꽃 한줌 꺽어다가 담배 말아서
할배요 일손 놓고 한 대 피우소
너울너울 담배 연기 피워나 보소
우리 엄마 무덤가에 핀 진달래
그 꽃 한줌 꺾어다가 술로 빚어서
할매요 이리 앉어 한잔 받으소
너울너울 진달래주 취해나보소
우리 님 무덤가에 핀 목화꽃
그 꽃 한줌 꺽어다가 이불 지어서
누나야 시집갈 때 지고나 가소
너울너울 목화이불 지고나 가소
우리 애기 무덤가에 핀 찔레꽃
그꽃 한줌 꺽어다가 물에 띄워서
옆집아가 배고플 때 마셔나 보렴
길 떠나간 엄마 생각 잊어나 보렴
동산에 달이 밝아 창에 비치니
어언간 깊이 든 잠 놀라 깨었네
사방을 두루두루 두루 살피니
꿈에 보던 고향산천 간 곳이 없소
3. 고향꿈 (서유석 노래) : 일제초기 구전민요 / 이연실 개사(?)
동창에 달 밝아 창에 비치니
어언간 깊이 든 잠 놀라 깨었소
사면을 두루두루 두루 살피니
꿈에 보던 고향산천 간 곳이 없소
우리 할배 무덤 가에 핀 담배꽃
그 꽃 한줌 꺽어다가 말아 피우고
할매요 이리 와서 한 대 피우소
너울너울 담배연기 잡을 수 없소
우리 할매 무덤가에 핀 진달래
그 꽃 한줌 꺽어다가 술로 빚어서
할배요 이리 와서 한잔 받으소
너울너울 진달래주 취해나 보소
우리 엄마 무덤가에 핀 목화꽃
그 꽃 한줌 꺽어다가 이불 지어서
누나야 시집갈 때 지고 나가소
너울너울 목화이불 지고 나가소
우리 님 무덤가에 핀 찔레꽃
그 꽃 한줌 꺽어다가 물에 띄워서
옆집 아가 배고플 때 마셔나 보렴
집 떠나간 엄마생각 잊어나 보렴
고향꿈-서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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