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단상(斷想)
한겨울은 사는 게 견디는 것이다.
한파가 밀려든 오후, 혼자 견디는 것은
나목(裸木)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한 마리 새 같다.
생각을 굴리고, 눈을 굴리며 날아갈 곳을 찾아보지만,
날아가도 가서 앉을 자리가 없다.
겨울에는 누구든
자신의 체온으로 녹여 놓은 자리를
아무에게도 내어 놓으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 모두가 견디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냉기로 꽉 차 있어도
봄을 기다리는 설렘이 있어 겨울을 견딜 수 있다.
사계(四季)를 다 견뎌야 한다면 이는 너무 가혹한 일이다.
리듬을 타는 영혼을 사계를 아름다운 춤사위로
표현해 내지만 삶의 무계가 무거운 영혼들은
사계가 이들을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얼어붙은 먼 지평선 향해 맨발로 걸어가야하는
그들은 기다림이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혹독한 현실에 주눅 들려
세파의 현실에 가려진 감성을 외면해야 하는 사람들은
성에 낀 창가에 서서,
감당키 어려운 애중의 골목을 서성일 때를 더 그리워하며
봄을 기다리고 있는 지 모른다.
몽테뉴는 말한다.
"위대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란,
높이 올라 앞서가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신을 다스리고 제어하는 사람을 말한다.
매우 인간답게, 그에 어울리게 행동하는 것보다
아름답고 옳은 것은 없다.
어떻게 잘, 자연스럽게 생활하는가 하는 것만큼
어려운 하문은 없은 것이다."
주어진 환경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침묵할 때
이렇게 고양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성숙한 친구와
차 한 잔 나누고 싶은 오후,
이런 바림이 있어 나의 영혼도 리듬을 탄다.
(2008년 12월)
- '돌아가자 별의 고향으로' 김 빈 수필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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