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꽃의 노래 / 이정우
이 저녁 시간에 나는
길가에 앉아 있습니다.
아침부터 해질 무렵까지
내 곁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삶의 고된 길을
당신은 다른 이들보다 아주 늦게,
혼자서 초라하게 지나갑니다.
나는 그걸 보며 눈물을 글썽거립니다.
저 들판에서 노을진 하늘가로
길 잃은 바람이 불어가고
산 그늘 속에서 무명(無名)의 새들이
재빨리 날아갑니다.
노방(路傍)의 앉은뱅이 나는
이젠 정욕도 애욕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내 곁에 와서
이 밤을 쉬어 가십시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랑보다 더 작은 위안입니다.
나는 여기서 날마다
얼마나 당신을 기다렸겠습니까.
'추억의 조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가는 시간 (0) | 2011.02.02 |
---|---|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0) | 2011.02.01 |
차 한 잔 (0) | 2011.01.31 |
겨울은 끝나지 않았지만... (0) | 2011.01.31 |
어떤날 (0) | 2011.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