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 한 이유 - 이생진
여기 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백석白石이고
백석이 사랑 했던 여자는 김영한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 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 하는 기생 이었다
그 들 은 죽자사자 사랑 한 후
백석은 만주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 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 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천억을 내놓고 후회 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그 사람 생각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천금을 내놨으니 이제 만복을 받으셔야죠
'그게 무슨 소용있어' 기자는 또 한번 어리둥절 했다
다시 태어나신다면?
'어디서? 한국에서?
에!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 쯤 에서 태어나서 문학 할거야'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 만 못 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 했다
사랑을 간직 하는데 시 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 했다
( 시집 : ' 그 사람 내게로 오네 ' / 시로 읽는 황진이
< 우리글 출판사> ,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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