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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조각들

원태연 시집..

 

 

알아

넌, 가끔가다
내 생각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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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쳤어

같은 말인데
골프치고 온 아줌마와
생선 팔다 온 아줌마는
왜 표정이 틀릴까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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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좋을까

너의 작은 두손에
붉은 장미가 아니더라도
하얀 안개가 아니더라도
내 마음 전해줄 수 있는
꽃 한 송이 안겨줄 수 있다면
너의 맑은 두 눈에
그리움이 아니더라도
보고픔이 아니더라도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어떤 느낌이 비추어진다면

어느 한 사람이
내 생각으로 마음 고생을 한다면
목메이도록 나를 그리워 해
전화벨 소리에도
가슴이 내려앉는다면
많이 미안하겠지만
그러고 산다는 걸
내가 알게 한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너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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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빗속을 걸어본 적도
특별히 비에 관한 추억도 없는데
비만 오면
그냥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릅니다
그 사람도 비를 보고
나를 떠올릴는지도
하여간 비만 오면
괜히 우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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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싫어질 때

정말 싫어지면
말이 없습니다
표정이 없습니다
꼴도 보기가 싫다 하지 않습니다
인상을 찌뿌리지도 않습니다
때리지도 않습니다

정말 싫어질 때는
표정도,말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때는 말없이
떠나달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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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Ⅰ

사랑이 떠나버린 사람의 가슴을
다시 한 번 무너지게 하는 것은
길에서 닮은 사람을 보는 것보다
우연히 듣게 된 그 사람 소식보다
아직 간직하고 있는 사진보다
한 밤에 걸려온
그냥 끊는 전화일 것입니다



미련 Ⅱ

돌아서야 할 때를 알고
돌아서는 사람은
슬피 울지만
돌아서야 할 때를 알면서도
못 돌아서는 사람은
울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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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녀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옷을 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전화를 기다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팔짱을 끼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정을 부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 생각하며 잠들고 한다면
난 돌아버릴꺼야
그러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면
그 땐 힘없이 웃을 수 밖에 없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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