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의 조각들

음악의 향기 속에 / 이해인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큰동산님 사진


음악의 향기 속에 

 

 이해인

 

매일 미사 때마다 성가를 부르고,
일을 하면서도 가끔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내 나름대로는 음악의 향기 속에
산다며 자랑하곤 한다.
특히 주일이나 축일 미사에
우리가 함께 부르는 그레고리안 성가의 아름다움,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끊일 듯 이어지는
잔잔한 그 음율은 바다보다는 호수를,
폭풍보다는 미풍을 연상케 한다.

오늘은 더욱 정성껏 노래를 부르며
나의 삶도 하나의 그레고리안 성가처럼
은은하고, 이웃에게 평화를 주는 것이길
진심으로 기도했다.

슬플 때는 눈물로,
기쁠 때는 미소로,
외로울 때는 조용한 위안으로
음악은 사람을 사로잡는 큰 힘이 있나 보다.
나도 먼나라에서
가고파...라는 노래를 여럿이 부르다가 울던 일.
산 노래를 듣다가 산이 그리워
울던 일이 문득 생각난다.

요즘도 어떤 곡을 듣다가
당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걸 보면
음악은 영혼을 건드리는
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새롭다.
칼릴 지브란의 말대로
'오. 음악. 그대의 심연에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가라앉히고,
그대는 우리에게 귀로 보기를 가르쳤으며
마음으로 듣기를 가르쳤다....'
라고 나도 고백하고 싶구나.

좋은 음악을 들을 땐
너도 나도 말이 필요 없지
한 잔의 차 를 사이이에 두고
강으로 흐르는 음악은 곧 기도가 되지
사랑으로 듣고,
사랑으로 이해하면
사랑의 문이 열리지
낯선 사람들도 음악을 사이에 두고
이내 친구가 되는
음악으로 가득찬 집
여기서 우리는 음악의 향기 날리며
고운 마음으로 하나가 되지.

수도원의 종소리. 기도소리가
내겐 늘 음악으로 살아온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새소리.시냇물소리도 그대로 고운 음악이며
아기의 천진한 웃음 소리
서로 사랑하는 이들끼리 조용히
속삭이는 사랑의 음성 역시
아름다운 음악이다.

나는 오늘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의 음악을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라
멈추지 말고 흘러가라
좁은 마음 넓혀서
네 마음과 마음 사이로
사랑이 파도치게 하라
푸르디 푸른 음악으로 출렁이며
자꾸만 일어서려고 했던 나의 아침 바다여.

봄에는 플루트나 피아노 곡을
여름엔 클래식 기타곡을,
가을엔 바이올린 곡을,
겨울엔 첼로 곡을 들으면 어떨까?


 



'추억의 조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형도 / 빈집  (0) 2010.03.07
다우재에서..  (0) 2010.03.04
제주 올레길 전체보기  (0) 2010.02.04
얼굴 (박인환 詩) / 박인희  (0) 2010.02.02
가지 않은 길  (0) 2009.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