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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노래

개망초꽃 / 허설





      개망초꽃 
       
      정호승 시
      한보리 곡
      허 설 노래

      죽은 아기를 업고 전철을 타고
      들에 나가 불을 놓았다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논둑마다 쏘다니며
      마른 풀을 뜯어 모아
      죽은 아기 위에 불을 놓았다
      겨울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붉은 산에 해는 걸려 넘어가지 않고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미친년이라고 떠들어대었다
      사람들은 왜 무 시래기 국 같은 아버지에게
      총을 쏘았을까
      혁명이란 강이나 풀
      봄눈 내리는 들판 같은 것이었을까
      죽은 아기 위에 타오르는 마른 풀을 보며
      내 가랑이처럼 벗고 드러누운 들길을 걸었다
      전철이 지나간 자리에 피다만 개망초꽃


      -시집<서울의 예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