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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국악가요

비 묻은 바람

 

 

바람이 부는 것을 보았는가
이런 것은 아닐까

세상에 100년에 한 번씩 맥박이 치고
1000년에 한 번씩 숨을 쉬며
10000년에 한 번씩 밥을 먹는
거대한 짐승이 있어
지금 불어가는 저 바람은
어쩌면 그 짐승이 부르는 노래 가운데 한 음절
100000만 년쯤은 불러야 비로소 한 곡이 끝이 나는
그런 노래 중에 음표 하나가 아닐까
우리는 알 수 없겠지
그렇게 거대한 짐승이 산다 해도
그렇게 큰 짐승이
그렇게 장대한 호흡으로
그렇게 위대한 노래를 불러도
우리는 알 수 없겠지
그것이 그 짐승의 노래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는 채로
더러는 귀찮아 하며
더러는 황홀해 하며
때로는 즐거워 하고
가끔은 절망하며 살다 죽겠지

바람이 불면
"살아 봐야겠다"하고 말한 시인이 있었다
나는 바람이 불면 묻고 싶다
저 바람 속에 또 어떤 짐승이 자라는가?


- 최인석 "내 영혼의 우물" 중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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